8시간 넘게 푹 자고 일어나보니 다리가 엄청 땡겼다. 그래도 파스를 붙이고 잔 덕분인지 못 걸을 정도는 아니어서 다행.

숙소에서 아침을 먹고,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나가노철도 시야쿠쇼마에역에 갔다.

여기까지야 평범했는데, 안으로 들어가보니

 

어째 꽤....

 

으스스하고...

 

을씨년스럽다...

갑자기 어디서 좀비라도 나오는 거 아닐까 (?)

 

바로 다음 역인 곤도역에서 내려서 밖으로 나오면

 

노조호노 산보 성지인 나가노 그랜드 시네마즈가 나온다.

 

영화관 자체야 그냥 평범한 곳이었지만, 영화관 옆의 게임센터 유리창에 뮤즈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기분 좋군.

 

북서쪽으로 10분 정도 걸으니 나온 야와타야이소로 본점.

이제 막 오전 10시를 넘겼는데 가게는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가게 밖에 냅둔 시치미 모양 의자가 재밌었음 ㅋ

 

기념 겸 시치미를 하나 사고, 가게 내에서 팔던 젤라또 아이스크림을 한 입.

시소(차조기)맛과 유자맛이었다. 둘 다 아주 괜찮았다.

다 먹고 난 후 북쪽으로 쭉 올라갔다.

젠코지 도착!

...인 줄 알았는데, 절은 저 멀리 있고, 그 앞에는 북적이는 상가가 줄지어 있었다.

여기도 노조호노 산보 성지.

이것저것 구경하며 계속 위로 올라갔다.

 

으리으리한 대문을 넘어, 젠코지에 입장.

 

본당. 그 마당 앞에 거대한 향로에서 사람들이 연기를 쐬고 있었다.

본당에서 동쪽으로 나오니 보이던 종각.

몇 분 뒤 11시가 되어, 사진 속 계단 앞의 와이셔츠를 입은 남성 분이 종을 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곳저곳 둘러봤는데, 정말 크고 웅장한 절이었다.

옛날에는 여기가 이 도시의 중심이었겠지.

 

30분 정도 구경하고 다시 앞 상가로 나와서, 노조호노 추천 미소 소프트크림을 구입.

정확히는 방영 당시에는 추워서 못 먹었는데 에미츤이 나중에 꼭 먹으라고 추천했었지(...)

미소맛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절한 짠맛이 있었다. 단짠의 조합은 대부분 옳다.

날이 얼마나 더운지 사자마자 사진 찍는 십수 초 사이에 아이스크림이 녹아내리고 있다.

 

이어서 나가노역 방면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여기서 버스 타면 5분이면 도착할 거리를 노선 잘 모른다고 그냥 쌩으로 걷는 무식한 짓을 실행.

아아 뜨겁다...

 

 

가는 길에 있던 세븐일레븐에서 후리분 2nd 이벤트 티켓비를 결제하고, Shopping Plaza Again에 도착.

여기 5층에 위치한 라신반에 호노카와 루비가 장식되어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한 번 보러 왔다.

실은 애니메이트인줄 알았는데 라신반이라서 잠깐 당황했었네 (?)

애니메이트와 멜론북스도 있어서 한 바퀴 구경하고 나왔다.

 

2층이었나 3층이었나, 에스컬레이터 바로 앞 옷가게에 한글 패널이 보여서 내심 반가웠던 기억.

 

 

숙소로 돌아와서, 어제 슌사이카에서 사 왔던 오야키로 간단한 점심.

더위에 입맛이 별로 없었고 양도 생각보다 많아서, 츠부앙과 토리고호우 맛은 다시 냉장고에.

 

샤워를 마치고 다시 나와서, 근처의 라이브하우스J와 헤이안도를 성지순례.

그리고 심호흡을 하며 건물을 나왔다. 이제부터가 진짜였다.

 

 

이 거리를 땡볕 속에서 걸어가야 했다.

 

 

현재기온 37℃.

습도도 숨막힐 것 같이 높았다.

 

 

나가노역 동쪽 출구로 나와서, 계속 아래로 걷기 시작.

 

 

역으로부터 15분 정도 걸어서, 호쿠토문화홀에 도착.

햇볕에 구워질 것 같았지만 그래도 여기까지는 꽤 할만했다.

 

그 다음부터는 지옥의 연속.

다리를 건너려는데 그늘이 하나도 없어 이런 ㅆ^&ㅕ$%#%$@#ㄸ%# (...)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여행 전부터 쭉 버스나 다른 대중교통을 알아봤지만 내 검색력의 한계인지 뭐가 나오질 않았다.

택시는 너무 비싸서 엄두도 못 냈다. 렌트도 그래서 안 했다.

하지만 가고 싶었다.

그럼 어떻게 해? 걸어야지 (...)

 

그래도 어찌저찌.. 도착...

 

나가노현의 복숭아를 맛보고 싶어서 복숭아 케이크를 하나 주문.

커피를 마실까 했으나 저녁에 또 카페를 가야 하기 때문에 오렌지주스를 시켰다.

케이크 맛은 아주 훌륭했다.

카운터 앞에는 에미츤의 사인도 있었다.

 

주문을 하면서, 점원님께 이 근처에 다른 철도역으로 가는 대중교통이 있는가 물어봤다.

"실은 나가노에서 여기까지 걸어서 왔는데요..."라고 말을 꺼내는데, 점원님의 눈빛에 '뭐지 이 미X 놈은....' 같은 메시지가 절반쯤 섞여 있는 느낌이(...) 외국인이라서 길을 잘 몰랐다고 해명.

다행히 근처의 버스정류장을 하나 알려주셨다. 만약 다시 나가노역까지 걸어가야 했다면 어떻게든 택시를 불렀을 것 같다. 그 정도로 잔인한 날씨였다.

 

더위먹은 몸을 충분히 식히고, 버스 도착 시간에 맞춰 정류장으로 나왔다.

하지만 버스는 10분을 넘게 연착했다. 으윽.

 

 

나가노역에 다시 도착 후, 바로 시나노철도를 타고 우에다역에 도착하니 5시가 약간 넘어있었다.

 

 

미스즈아메혼보 우에다본점 도착.

100년은 족히 넘었을 듯한 고풍스러운 건물. 창립 당시 건물을 그대로 쓰고 있는 걸까.

 

 

 

들어가보니 19세기 유럽에 온 듯한 고풍스러운 나무벽과 각종 가구들이 반겨주고 있었다.

무슨 엔틱한 가구들 파는 곳으로 착각할 뻔(...)

 

 

이곳은 각종 잼과 과일젤리를 파는 곳이었다.

온갖 종류가 다 있었고 대부분은 시식도 가능했다.

특이한 잼이 많아서 이것저것 먹어봤는데... Oh, 정말 바리바리 싸 가고 싶을 정도로 훌륭한 맛.

비행기에 액체류 반입이 불가하니 어쩔 수 없이 오미야게용으로 젤리만 몇 봉지 사 갔다 ㅠ

 

 

나카카루이자와역 도착.

시나노철도 역 대부분이 다 낡아빠져있었는데, 여기만 완전 으리으리한 쌔삥.

 

 

 

 

아까 미스즈에서 5분 안에 나온다는 걸 10분 넘게 구경한 바람에 열차를 한 번 놓쳤다.
드문드문 있는 시골열차라 타이밍을 한 번 놓치니 속절없이 늦어졌고, 나카카루이자와역에 도착한 것은 6시 30분 경이었다. 

카루이자와고원교회 여름 행사가 7시부터 시작이었으므로 바삐 움직여야 했다.

해가 졌는데도 더위는 여전했지만, 뛰듯이 걷기 시작했다.

 

 

마루야마 커피에 도착해서 아메리카노를 하나 주문하니 6시 50분.

커피 맛은 꽤 괜찮았는데 정확히 어떤 맛이었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난다...

이쯤부터 엄청 어두워져서 카메라가 말을 안 듣기 시작.

 

 

교회로 올라가 보니 수많은 등불들이 어두운 땅을 밝히고 있었고, 저 멀리 메인 스테이지에서 음악이 연주되고 있었다.

카루이자와고원교회 여름 행사의 시작이었다.

 

노답 폰카... 조금은 이해해달라 (?)

 

교회 주변은 발 디딜 틈도 없이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러고 보니 철도역부터 교회로 향하는 1차선 도로에 차들이 엄청 밀려 있었지. 차보다 내가 걷는 속도가 빠를 정도로.

그냥 소중규모의 동네교회 행사인 줄 알았더니... 수천 명이 넘는 인파가 몰리고 있었다.

 

 

적절히 구경한 뒤 고원교회 아래쪽에 위치한 돌의 교회로 발걸음을 옮겼다.

돌과 콘크리트로 지어진 예술적인 조형의 교회였고, 그곳에는 우치무라 간조 기념당이 있었다.

가져온 그의 책 「구안록」을 들고 초상화 옆에서 사진을 찍었다.

(교회 본당 사진촬영은 금지였지만 기념당 촬영은 가능했다)

 

"나는 평안을 얻는 길을 알았다."  (우치무라 간조, 「구안록」, p.197)

 

기념당 구석 의자에 앉아 책의 마지막 장을 읽었다.

나는 평안을 얻는 길을 알았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그 길을 따라 걷고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기념당을 쭉 구경하고 빠져나왔는데, 그만 아이패드를 두고 나오는 멍청한 짓을 하는 바람에 수십분 뒤 교회와 주변 호텔을 뛰어다녀야 했다(...) 다행히 어렵지 않게 찾았기에 망정이지.

 

그 뒤로 목사님의 설교와 성가대의 합창을 듣거나 하며 평온한 시간을 보내다가, 9시쯤 자리를 떠났다.

 

신기하게도, 열차 문이 닫는 건 자동으로 닫히지만 여는 건 직접 열어야 했다.

문 열때 필요한 전기를 아끼기 위해서라나 뭐라나.

아무튼 신기해서 동영상으로 찍음.

 

 

이래저래 저녁 먹을 시간이 없었기에 호텔 방에서 남은 오야키와 포도주스를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

 

 

이날도 어지간히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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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6박 7일 여행의 메인 코스, 에미츤과 후리링의 고향, 나가노 성지순례를 시작했다.

「長野ノススメ」에 나온 곳들과 노조호노 산보에 나온 장소들을 참고하여 여행 계획을 세웠다.

나가노 성지순례 첫째 날은 시노노이선을 따라 시노노이, 마츠모토, 시오지리를 다녀오는 것이 목표였다.

 

 

새벽 6시경 숙소 체크아웃으로 하루를 시작.

집 아니고서는 잠을 잘 못 자는 편이라 한 3시간 잤나 모르겠다.

패스에 오늘자 도장을 찍고 나가노행 신칸센을 타러 도쿄역으로 ㄱㄱ.

 

 

서둘러 도착한 도쿄역, 아직 신칸센 출발 시간까지 40분 넘게 남아서 지정석 예약을 하려고 창구에서 엄청 기다렸는데 역무원 왈,

"예약이 꽉 찼습니다. 그거(패스) 들고 그냥 자유석 타세요."

....아 맞다 일본은 오늘 연휴 첫날이었지 ㅠ

 

할 수 없이 자유석을 타려는데, 여기서 엄청난 삽질,

종착지를 착각하는 바람에 호쿠리쿠 신칸센을 타야 할 걸 같은 선로의 죠에츠 신칸센으로 잘못 탔...

다행히 열차가 출발한 직후에 깨닫게 돼서 니이가타까지 가진 않았고(...)

오오미야역에서 내려서 그 다음에 오는 나가노행 신칸센을 탔다.

하지만 이미 만선인 신칸센에 자유석 자리가 있을 리가 없는데다 심지어 서 있을 자리도 없어서 몇 호인지도 모를 차량 문 앞에 서 있어야 했고, 그나마 쭈그려앉아도 될 정도로 공간 여유가 난 건 카루이자와를 지나고 나서였다 (...)

 

그래도 루비쨩이 있어서 간바루비 했다요!

 

 

 

나가노 도착!

코인락커에 캐리어를 밀어넣고 역내 카페에서 아침식사.

역 1층에는 스타벅스도 있더라. 와아 나가노는 도시구나 (?)

 

 

곧이어 오는 시나노 특급을 타고 시노노이역에 도착.

내리자마자 역무원이 표 검사를 했다. 당연했다. 특급 열차(그것도 지정석)를 타고 한 정거장 만에 내리는 놈은 세상에 없으니까. 나 같이 패스를 가진 놈 빼고는 (...)

 

 

역은 한산하고 조용했다. 어제부터 사람이 득실득실한 것만 보다가 간만에 조용한 곳으로 오니 마음이 평안해졌다.

 

 

「ZOOぐる」버스.

챠우스야마동물원의 셔틀버스로, 시노노이역과 동물원을 왕복하는 "유일한" 대중교통수단이다. 왕복 300엔.

나이가 지긋한 기사님은 따뜻한 인상의 친절하신 분이었다. 내릴 때쯤 공룡원 가는 길을 묻는 내게, 어디로 어떻게 가라고 다 알려주셨다.

 

챠우스야마공룡원 도착!

「長野ノススメ」에 나온 곳으로, 시대별로 여러 공룡들의 모형이 있는 곳이다.

셔틀버스를 타고 가다가 동물원북쪽출구에서 내리니, 고생대 공룡 몇 마리가 나를 반겨주었다.

이때만 해도 사람이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아 누구에게 길을 물어볼 수도 없어서, "이제 여기서부터 쭉 올라가면 시대별로 나오겠지"하고 위쪽 길을 따라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째 위로 올라가고 올라가도 몇몇 놀이기구만 보일 뿐 공룡 모형은 안 보이는 것이었다.

산에서 바라보는 시노노이 전경은 멋지긴 했지만...

 

 

그러다가 큰 길이 나왔고, 마침 맞은편에서 아까 그 셔틀버스가 오고 있었다.

정류장도 아닌데 버스가 서더니, 기사님이 웃으며 인사하셨다. 공룡원을 간다던 사람이 어쩌다가 여기까지 왔냐고.

내가 길을 묻자, 공룡원이 어느 방향인지 친절히 설명해주셨다.

일본어가 딸려서 제대로 듣지를 못했지만 (무더위에 산을 올랐더니 정신이 없기도 했고) 아무튼 내려가야 하는 것은 확실했다. 다시 버스에서 내렸던 곳으로 내려가보기로 했다.

 

 

그렇게 내려가니까 고생대 지역 바로 길 건너 아래쪽으로 공룡원 입구가 보이더라. 

 

What...the... 고개만 돌렸으면 발견했을 팻말을...

그렇게 약 40분 정도를 산행과 삽질로 말아먹고 -_-;

입구 근처 화장실에서 선크림을 고쳐 바르고 본격적인 공룡원 순회 시작.

 

공룡원에서는 몇몇 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을 하고 있었다.

공룡원 공룡들은 낡긴 했어도 충분히 잘 꾸며져 있어 아이들이 공룡 체험을 하기에는 더없이 안성맞춤이었다.

공룡 앞 팻말에는 공룡의 이름과 계통, 식생 등의 설명이 잘 적혀있었다.

 

몇몇 거대한 공룡의 몸통과 꼬리는 이런 식으로 미끄럼틀로 활용되기도 했다.

 

 

「長野ノススメ」에 실린 에미츤 사진과 똑같은 포즈로 한 장.

나도 어릴 적에는 트리케라톱스를 제일 좋아했었다. 초식동물로서 폭군 티라노에 맞서는 그 느낌이 왠지 좋았던 것 같다.

 

아까의 삽질로 버스 시간을 맞추기는 글렀기에 (실은 시간 맞추려고 정류장쪽으로 뛰어올라가다가 지쳐서 포기), 바로 근처에 있던 공원 쉼터에서 잠시 휴식하며 선크림을 한 번 더 고쳐 바르고 수분을 보충했다.

세수를 하는데, 과장 좀 보태서 손이 데일 정도로 얼굴이 화끈화끈하더라. 아직 11시도 안 되었을 때인데 기온은 35도가 넘어있었고, 온몸은 이미 땀으로 절어있었다. 건물의 에어컨 바람이 얼마나 좋던지...

 

 

시간이 되어 다시 버스정류장으로 올라갔다. 버스를 탔고, 아까 그 기사님은 또 웃으면서 맞이해주셨다.

시노노이역으로 가는 길은 온통 사과밭이었다. 마침 승객이 나밖에 없었기에 맨 앞자리에 앉아서 기사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여기 산에서 보는 시노노이의 야경이 정말 좋다, 나가노에는 좋은 온천이 많으니 꼭 들렀다 가라, 이쪽은 사과가 명물이고 마츠모토쪽은 포도가 맛있다, 요즘 복숭아가 제철이니 꼭 먹고 가라 등등. 나는 한글은 꽤 배우기 쉽다 같은 이야기를 했다. 어쩌다 나온 이야기인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혼자 여행을 왔는데 이렇게 일본어를 잘 못해서 큰일이에요. 손짓발짓 다 해야만 대화가 될 정도니까요."

"뭐, 그걸로 좋지 않나요? 여행이란 게 그런 거죠."

"그렇네요. 아주 좋습니다."

 

유독 이 대화가 기억에 남는다.

 

 

시노노이역 서쪽 출구의 전경.

기사님과 작별인사를 나눈 뒤 역 반대편으로 걷기 시작했다.

 

역 동쪽 출구로 내려간 뒤 기찻길을 옆에 끼고 북쪽으로 계속 걸어갔다.

약 15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35도의 무더위에 찌는 듯한 습도 속에서 그늘 하나 없는 길이 계속...

 

살려줘...

햇볕이 너무 따가워서 아까 벗었던 긴팔 셔츠를 다시 걸치고, 지속적으로 물을 마셔가며 계속 걸었다.

 

 

에미츤의 모교로 알려진 시노노이 고등학교 도착.

한창 부활동으로 바쁜 학생들 몇몇이 오가고 있었다. 이상한 취급 안 당하도록 조심조심...

학교에 외부인이 침입하는 건 나로서도 껄그럽기에, 학교 밖으로 한 바퀴를 돌았다. 학교가 꽤 컸다. 학교 옆 별관에서는 오케스트라 밴드의 연주가 들려왔고, 뒤쪽 경기장에서는 축구 경기가 한창이었다. 이 날씨에 잘도 뛰는구나 (...)

 

다시 시노노이역으로 돌아온 뒤 바로 오는 시나노 특급을 타고 마츠모토역으로 이동.

이제 겨우 오전 일정을 끝냈는데 너무 지친 상태.

아까 공룡원에서 삽질만 안 했어도 역 앞에서 여유롭게 점심을 먹고 들어갔을텐데 으....

 

 

마츠모토역 도착!

역 근처의 소바집에서 점심을 먹었으나 그다지 맛은 없었다.

신슈소바의 명성 어디 갔냐...

 

역 동쪽 출구로 나와서 20분 정도 걸으니 마츠모토성이 나왔다.

 

 

입장료를 내고 성내로 들어갔다. 대기하고 있는 사람이 많아서 30분은 족히 기다려야 했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안 들어가기도 좀 아쉬웠다. 성 내부는 기묘한 구조라 생각보다 재밌었다. 전국시대 유물도 적잖이 있어서 잘 보고 나왔다.

 

 

마츠모토역으로 돌아가는 길에 뜬금없이 있던 약수터. (정말 길 한복판에 덩그러니 있었음)

신기해서 한 모금 마셔봤는데, 이가 시릴 정도로 시원했다. 무더위 속 한 줄기 위안...

 

또 시나노 특급을 타고 이번엔 시오지리역 도착. 열차시간은 계속 체크했었지만 꼭 특급을 탈 생각까지는 안 했는데, 이 점에서는 운이 좋았다. 이곳에서는 후리링 관련 성지순례를 할 터였다.

 

 

서쪽 출구로 나와서 이번 목적지인 슌사이카를 향해 계속 걸었다.

역에서 나오는 길에는 이렇게 포도나무가 마치 우리나라의 등나무처럼 심겨있었다.

 

 

가는 길마다 포도밭 일색이었다.

여행 오기 전 조사할 적에 보니 이 근처에 와이너리가 많았는데, 괜히 그런 게 아니었구나.

 

 

역에서부터 30분 가까운 시간을 걸어서 슌사이카에 도착.

나가노 전통 풀빵인 오야키를 파는 곳이다. 후리링이 여기에서 파는 오야키를 트윗한 걸 계기로, 이렇게 루비일색이 되어 러브라이버들을 반겨주고 있다.

카운터에 계시던 점원님(사장님이신가?)과 오야키에 대해 소개받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굉장히 신기해하셨던 것 같던.

 

본래는 슌사이카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나오는 와이너리도 다녀올 생각이었으나(성지는 아님), 시간이 계속 딜레이되어 어느덧 문 닫을 시간이 되어서 미련 없이 시오지리역으로 복귀.

 

역 동쪽 출구로 나와보니 이런 관광센터가 있었다. 아예 지역 이미지를 포도와 와인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걸 이때서야 깨달음. 앉아서 쉴만한 곳도 있어서 잠깐 구경하고 나왔다.

 

역에서 북동쪽으로 올라가면 나오는 시오지리시가쿠칸 고등학교.

후리링의 모교(로 추정되는 곳)이다. 오후 5시를 넘겼는데도 오가는 학생들이 한두 명 있어서, 조심조심 이동.

 

 

시노노이고교와 마찬가지로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대체 뭘 배우는 곳이지 의문이 들 정도로 학교가 엄청 컸던 게 인상적. 운동장이 엄청 넓었고, 뭔지 모를 이런저런 설비도 많았다.

 

 

시오지리역 1층의 토산품점에서 작은 크기의 와인과 포도주스를 사고, 바로 옆에 있던 식당에서 저녁.

알코올 마시면 피로 회복이 더딜 것 같다는 불안도 있었지만 그런 걸 생각할 때가 아니었지 (?)

지쳐있던 몸이라 그런지 맥주도 오야코동도 이루 말할 수 없는 꿀맛이었다.

 

 

이후로는 시노노이선 일반 열차를 타고 나가노역으로 복귀, 숙소에 체크인 하는 것으로 첫 나가노 일정을 마쳤다.

 

이날 걸은 거리는 17.7km, 주로 걸은 시간이 낮시간대에 집중되어 있어서, 무더위에 조금 고생을 했다.

Posted by 이림/에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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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오전 10시 30분 나리타 공항 도착.

입국수속 후 JR동일본패스를 구입, N'EX를 타고 도쿄로 이동했다.

 

 

첫날 묵은 곳은 고탄다역 근처 작은 료칸이었는데 분위기가 꽤 좋았다.

도심속에 이런 것도 있구나 내심 놀랐음.

여기까지 왔는데도 옷이 땀에 절어서 갈아입어야 했다. 장난 아니게 푹푹 찌는 날씨였음.

 

숙소 근처의 수수께끼의 싱가포르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고 코미케로 출발.

사진이 뿌옇게 나왔는데, 여행 끝나고 보니 이런 사진이 굉장히 많았다. 당시에는 잘 찍은 줄 알았는데 말이지.

 

 

5등분의 신부 랩핑열차가 와서 한 컷. 안 봐서 어떤 작품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야마노테선에 랩핑될 정도라면 역시 꽤 인기 있는 거겠지. 타임라인에서 이야기도 많이 되고.

 

 

도쿄텔레포트역에서 내려서 코미케 기업부스에 도착.

오늘 목표는 코미케를 한 번 둘러보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훑어보면서 대강 이런 분위기구나임을 느끼며 럽라 부스를 찾아다녔다.

2017년경부터 꾸준히 나오던 치비아쿠아 굿즈(赤目센세 일러)가 유독 이번에만 나오지 않아서 매우 아쉬움이 크다. 사실 처음 코미케행을 결정했을 때에는 그게 가장 큰 이유였으니까. 아무리 기다려도 공지가 안 나와서 결국 포기했지만 ㅠ

결국 딱히 살 굿즈는 없었다. 코미케에서 쓸 생각으로 1만 엔 정도 장전해둔 걸 아꼈다.

 

 

아오미 전시장에서 나와서, 저 멀리 보이지도 않는 빅사이트를 향해 출발.

15분정도 걸어야 했는데 그늘 하나 없는 길이 진짜 이렇게 고통스러울 줄은 몰랐다.

(그리고 그 고통을 1주일 내내 느꼈어야 할 줄도...)

 

 

도쿄 빅사이트 도착!

 

도착해서 둘러보니 생각보다 훨씬 더 동인행사였다. 뭔가 아마추어리즘의 결정판인 듯한.

하지만 압도적으로 거대했다. 서관은 어찌저찌 다 둘러봤으나 남관은 좀 보다가 물러났다. 노리는 물품이 딱히 있진 않았기에 분위기만 슥 보는 걸로 충분했다. 애초에 도착시간이 오후인 것에서부터 뭘 노릴 게 없긴 하지만.

그런데 시간이 낮 3시를 넘었을 때라 다들 슬슬 파장하는 분위기였는데도, 어디를 가나 사람들이 득실득실했다. 와 이거 오전에 오면... 나츠코미에 대한 악명이 새삼 실감나네.

 

 

 

숙소로 복귀.

전날의 수면부족과 살인적인 더위에 상당히 피곤했다.

저녁 모임까지는 시간이 좀 있었기에 샤워를 한 번 하고 에어컨을 틀어둔 채로 더위먹은 몸을 식히는 데에 집중.

마침 방에 간단한 다과가 준비되어 있기에 한 잔.

 

 

슬슬 약속시간이 다 되어 출발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일터로부터 전화가 왔다.

당연히 일과 관련된 전화였다.

이곳저곳 전화하고 보고하고 한숨을 돌리니 어느새 20분이 지나있었고 나는 약속시간에 늦었다 ㅠ

 

 

요코하마 츄카가이역에서 내려서 약속장소로 걸어가는 중.

 

다사홈 도쿄지부 분들과 함께 중화요리 타베호다이 회식~

 

 

생일선물로 받은 시카코 사진집 테피스트리 특전을 방 중앙에 걸어놨더니 이상한 종교모임이 되었다 (?)

2차로 카페 가서도 계속 웃고 떠들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평일에 다들 시간내주셔서 정말 감사...

Posted by 이림/에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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