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계획은 그대로 실행하지 않았고, 현지 상황과 틀린 내용도 있습니다. 일례로 우치우라에서 도쿄 오는 길에 이즈나가오카역을 거친다고 했지만 저는 그러지 않았고, 또 미토시 입장권 세트는 실제로는 2280엔이었죠.

그냥 이런 식으로 계획해봤고, 그 덕분에 잘 다녀왔다... 정도로만 참고해주세요. 사실 지도에는 자필로 이것저것 많이 기록하긴 했는데, 밑에 있는 성지순례 스팟 보면 대부분 나와있으니 굳이 스캔할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

-----

-----

-----

-----



이하는 러브라이브 선샤인 누마즈&우치우라 무대탐방에 도움이 되는 사이트들입니다.


1. 러브라이브 선샤인 성지순례 맵 (데이터 주의)


2. 누마즈까지의 교통편 정보 


3. 우치우라까지의 교통편 정보 


4. 이즈·미토 씨 파라다이스 


5. 누마즈 심해수족관 


6. 아와시마 마린 파크 


또한 교통편 이용에 乗換案内라는 어플(https://itunes.apple.com/tw/app/cheng-huan-an-nei/id299490481?mt=8)을 참고했습니다.

'이벤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17/02/25~26) Aqours First Live ~ STEP! ZERO to ONE ~  (0) 2017.03.12
Posted by 이림/에셀
,


Aqours First Live ~ STEP! ZERO to ONE ~ 이 끝났다. 나는 누마즈&우치우라 성지순례를 포함해 4박 5일 동안 원정을 다녀왔다. 1일차는 뷰잉, 2일차는 직관으로. 정말 멋진 여행이었기에 할 말이 산더미 같지만, 일단 가장 중요한 이벤트였던 라이브에 대해 먼저 적어보려고 한다.





1. ZERO to ONE ?


TVA 13화 마무리에 라이브 일정이 발표되었다. 정말 가고 싶었다. 티켓은 어떻게든 구해질 거라고희망고문 머릿속에서 열심히 행복회로를 돌리며, 며칠 후 비행기와 숙소까지 모두 예약해놨다.


그런데, STEP! ZERO to ONE 라이브 제목을 보고, 마음 한 켠이 이상하리만치 차가워졌다.

나는 중얼거렸다.


"아니, 그래도 선샤인이 0부터는 아니지."


첫 라이브의 공연장은 요코하마 아레나, 13000명은 족히 채우는 공연장이다. 내가 아무리 이벤트를 다닌 경험이 적긴 해도, 그게 첫 라이브 치고 얼마나 큰 규모의 공연장인지는 안다.

그 누구도 이게 선샤인만의 공적이라고는말할 수 없을 것이다. 선샤인 이전에 러브라이브 프로젝트가, 아쿠아 이전에 뮤즈가 있었으니 가능한 일이었다. 이렇게 선배를 통해 쌓인 인기, 그리고 그 인기를 통해 쌓인 거대 자본을 등에 한가득 업고 시작하는데, 0부터라고? 「0から1へ!」라는 말에 감명을 받긴 했지만 그건 노래 또는 극중 한정의 이야기였다. 어느 분의 말씀 따라, 선샤인이 제로를 언급하는 것은 금수저의 흙수저 코스프레가 아닌가 여겨질 정도였다.



몇 달의 시간이 흐르고 흘러, 어느덧 2/25 17시 30분이 되었다. 나는 카와사키 시네틱타에서 라이브 뷰잉을 준비하고 있었다.

라이브 개연. 青空Jumping Heart에 이어 恋になりたいaquarium이 바로 연속으로 시연되었다. 첫 MC파트에 와서 안쨩은 아오쟝 첫 풀버전 공연, 코이아쿠 첫 공연이었음을 이야기했다. 

그때가 되어서야 나는 불현듯 놀랐다. 그랬다. 너무 익숙하게 듣던 곡이라 잊고 있었다. 미니라이브로 아오쟝 숏버전 공연은 봤었지만 풀버전은 처음이었다. 코이아쿠도 PV야 계속 돌려봤지만 실제 공연은 처음 봤다. 난 이 광경을 인생 처음으로 보고 있었다.


정말 처음이구나, 이거. 그렇게 생각할 때부터였다. 이 라이브가 '처음투성이'인 게 눈에 보이기 시작한 것은. 노래도, 의상도, MC파트도 대부분 처음이라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그동안 간간히 미니라이브가 있었긴 했지만 지금  Aqours 앞에, 그리고 우리 앞에는 난생 처음 보이는 풍경들로 가득했다.

"0으로부터의 시작", 이 말이 이제야 현실적으로도 수긍되기 시작했다. 무대에 서 있는 아쿠아 아홉 명은,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은 제로(0)의 출발점, 그곳으로부터 이제 막 첫 발걸음을 떼고 있었다. 진실로 그러했다. 그것은 무대를 지켜보는 팬들에게도 마찬가지였는데, 특히 첫 라이브라 콜이 정립되지 않은 곡이 많아, 팬들간에 서로 콜이 꼬이는 걸 보면서 더욱 실감했다. (웃음)


캐퍼가 10000명이 넘네 역시 돈이 넘쳐나네 같은 건, 이 순간 전혀 아무것도 아니게 되었다. 라이브 이전에 라이브를 평가하게 만든 외적 요인들은, 이제는 차라리 눈속임이었다 여겨도 무방했다. Aqours는 정말로 0부터였다. 무대에 서 있는 아홉 명 모두 0부터 힘차게 달리고 있었다. 「0から1へ!」라는 극중에서의 메시지를, 드디어 실제 세계에서 실감하게 되었다.





2. 세계로의 초대.


이번 라이브의 무대연출을 놓고 보자면 그야말로 '눈이 돌아갔'다. 전체적으로 정말 다 좋았는데, 지금 머릿속에는 특히 유닛곡들이 기억에 남는다. 특히 夜空はなんでも知ってるの?의 무대 바닥 연출. 무대 바닥으로 그런 스크린 같은 연출이 가능하다는 건 정말 생각도 하지 못했던 일이라 적잖이 놀랐다. 별과 밤하늘을 곡 분위기에 맞춰 아름답게 표현해냈는데, 아름답게 춤추던 세 명(특히 간주중에 발레동작을 선보인 슈카슈)의 모습을 더욱 돋보여주었다. ときめき分類学, Strawberry Trapper의 경우 무대 뒤쪽 스크린을 잘 이용했다. 각각 안무에 맞춰 꽃이 화사하게 피는 장면과, 등장과 함께 강렬한 번개가 치는 장면이 특히 그러했다.


하지만 그런 것과는 별개로, 지금 와서 내 마음을 강력하게 사로잡은 연출을 꼽으라면 역시 스토리적인 연출이다.


첫째날, 길티키스를 마지막으로 유닛의 공연이 모두 끝난 후 휴식시간이 되었을 때였다. 또 지역드립(?)일까라는 내 예상을 깨고, 스크린에 비추인 것은 선샤인 TVA 1기의 요약이었다. "와 이걸 이렇게"라고 감탄이 나올 정도로, 각 멤버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을 간략하면서도 밀도있게 엮었다.

루비가 다이아에게 아쿠아 가입을 권유하는 것을 끝으로, 1화부터 9화까지의 요약이 모두 끝났다. 이제부터 시작될 일들에 전율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떤 노래가 나올지 TVA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 수 있었다. 未熟DREAMER의 전주가 시작되자 벌써부터 취한듯 사사게를 했다.


세 곡의 공연이 끝나고 다시 휴식시간. 스크린에 다시 TVA 장면이 나왔다. 이번에는 9명 결성 이후에, Aqours가 자신들의 풍경을 찾아 나아가는 1기 후반부 이야기였다. 이대로 흘러가면 MIRAI TICKET 직전까지 애니메이션을 보여주고 아마 라이브를 하겠지라 생각했다. 그런 예상만으로도 꽤 감동받을 것 같았다. 하지만 치카가 문을 여는 장면을 끝으로 공연장이 비쳐졌다. 미라치케의 의상에 감탄할 새도 없이 내가 애니메이션에서 봤던 그대로의 뮤지컬이 시연되고 있었다.


그렇게나 많은 이들이 혹평했던 13화였다. 특히 내 주위에서는 뮤지컬 장면이 특히 혹평이었었다. (여담이지만, 난 13화를 애초에 꽤 높게 평가했다! 뮤지컬 파트 포함해서! 정말 최고의 마무리라 생각했었다고!) 하지만 그 장면이 실제로 공연되자 모두가 정신차릴 틈도 없이 그 세계로 빨려들어갔다. 딱히 대단한 연출도 없이, 아홉 명의 연기로 모두를 선샤인의 세계로 끌어당기고 있었다.

특히 대사가 가장 많은 안쨩의 연기는 정말 훌륭했다. 연극 경험이 있다고는 들었지만, 애니메이션을 현실에서 연기할 때도 이렇게 흡입력 강한 연기가 가능할 줄이야. 뮤지컬의 마무리에서, 아홉 명이 한 사람씩 숫자를 말하는 그 끝에, 모두의 입에서 자동으로 "10!"이 튀어나오고, 함성이 쏟아졌다. TVA 속 가상 세계와 내가 발을 디딘 현실 세계가 하나가 된 순간이었다.


두 번의 TVA요약편과 뮤지컬,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수록곡까지, 내게 준 임팩트는 굉장했다. 앞서 느낀 것이 「0から1へ!」라는 메시지로의 초대였다면, 이것들은 아예 러브라이브! 선샤인!!의 세계 속으로 나를 초대했다. 내가 그 세계의 한복판에 확실히 서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MIRAI TICKET이 끝났다고 해서 끝이 아니었다. 안쨩의 대사에 이어, 애니메이션의 마지막을 장식한 말, "君のこころは輝いてるかい?"라는 말과 함께 동명의 노래가 시작되었을 때에는, 세계 너머 그 '반짝임'으로까지 함께 가자고 내게 손짓하고 있었다.





3. 마음이 하나가 된 날.


이번 라이브에서 가장 강렬하게 모두의 기억에 남은 노래라면, 확실히 想いよひとつになれ일 것이다.


사실 나로서는 라이브 이전부터 가장 기대되는 곡이었다. TVA에 수록된 곡중 가장 좋아하는 곡이기도 하고, 리코가 없는 연출을 어떻게 할 것인가 너무 궁금했기 때문이다. 평범하게 생각하자면 리캬코가 잠시 퇴장하던가, "오늘은 함께야!"라고 선언 후 그냥 같이 공연하거나 하는 정도였는데...


1일차, 未熟DREAMER가 끝나고 리캬코가 단상 위로 올라갔다. 어느새 위치한 피아노 앞에 착석한 리캬코는 안쨩과 말없이 시선을 교환했다. 이 때의 카메라 각도가 정말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안쨩은 슈카슈와 역시 말없이 시선을 교환했다. 무언의 연기였지만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는 모두 알았으리라. 그야말로 "마음이 하나가 되었음"을 말 한 마디 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노래가 시작되었다. 들어보니 단순한 연기가 아니라 리캬코가 정말로 피아노를 치고 있었다. 피아노 앞 카메라에 잡힌 리캬코는 얼굴이 많이 굳어있었지만 침착하게 제대로 연주하고 있었다. 리캬코가 피아노를 쳤었나? 손의 움직임을 보니 원래부터 쳤던 실력은 아닌 것 같았다. 이번 라이브를 위해 연습한 건가? 피아노 아래쪽 여덟 명의 무대도 놀랍긴 마찬가지였다. 각자의 오른손에 슈슈를 끼고 있는 것이 그때부터 보였다.


도저히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내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노래가 끝났다. 아홉 명 모두가 치켜든 오른손, 그 손목에 슈슈. 콜도 제대로 못하고, 노래가 끝날 때까지 그저 넋을 잃은 얼굴로 스크린만 쳐다봤다. 말로 절대 표현 못할 정도로 놀라움과 황홀함으로 1일차의 오모히토가 끝이 났다.



2일차, 어제에 비하면 리캬코의 얼굴이 약간 풀려있어서 조금 안심했다. 아레나의 사이리움은 이미 절반 이상이 벚꽃색이었다.

어제와 같이 무언의 시선교환에 이어 노래가 시작되었는데, 안쨩의 첫 소절이 끝나고 피아노가 들어가는 부분에서 불협화음이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저 웃고 넘어갈 일 같았다. 그 이후에 음향이 끊길 때만 해도, 나는 음향 사고 쪽으로 생각했지 리캬코쪽이 문제가 되리라곤 전혀 생각 못했다.

음악이 끊겼다. 무슨 일인가 하고 무대를 봤다. 리캬코가 피아노에서 손을 내려놓고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뒤를 돌아본 안쨩이 바로 뛰어올라갔다. 뒤에서 끌어안아주는 안쨩에게 리캬코는 "미안해, 미안해."를 연발했다. 심하게 떨고 있는 걸 목소리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아이냐와 다른 한 사람(나중에 스와와라고 다른 분들께 들었지만, 당시 기억이 내게는 없다)도 올라가서 진정시키고 있었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되었다. 지금도 당시 기억이 그다지 남아있지 않다. 숨이 가빠지고 몸이 떨렸다. 원래부터 반 이상이 벚꽃색이던 아레나는 완전히 벚꽃색으로 뒤덮였다. 모두가 "리카코! 리카코!"를 외쳤다. 나도 그랬다. 혹시 이런 응원으로 더 떨게 되는 건 아닐까라는 불안함도 있었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게 이런 것밖에 없었다. 그리고 희미한 기억 속에, 안쨩은 그때 그다지 심각한 얼굴이 아니었던 것 같다. 마치 모든 게 다 괜찮다는 확신에 찬듯이.

라이브가 재개되었다. 이렇게 바로 다시 시작해도 되나? 혹시나 또 실수하면 그때는 정말 돌이킬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내 걱정이 무색하게 노래는 시작되었다. 그 뒤로 곡이 끝날 때까지는, 미친 듯이 블레이드를 휘두르고, 리카코의 이 악문 표정을 보며, 내 머릿속에서는 '제발...제발...'이란 단어밖에 안 떠오르던 시간이었다.

다행히도, 별다른 사고 없이 공연은 무사히 끝났다. 아홉 명이 오른손을 들어올린 그 때가 되어서야 긴장이 풀렸다. 역시 리캬코는 조금 무리를 했는지 잠깐 자리를 비웠다. 짤막한 MC파트 중간에 복귀한 리캬코는 청중들에게 사과했다. 그 모습이 너무나 멋져보였다. 청중은 뜨거운 환호와 박수로 화답했다. 안쨩의 "라이브니까!"가 기억에 남는다.


떨리는 손으로 기어이 연주를 완주한 리캬코. 태양같이 밝은 얼굴의 안쨩. 눈물을 흘리면서도 무대를 굳건히 지켰던 Aqours. 그리고 뜨겁게 응원했던 팬들.

무대도 제대로 못 봤고 무엇 하나 제대로 기억나는 게 없지만, 가슴속의 느낌만이 강렬하게 남아 그날을 이야기해준다. 모두가 마음이 하나가 되었던 순간, 모두가 서로를 위해 필사적이었던 그 순간을 나는 아무래도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4. 맺음말


총 이틀간의 라이브가 끝났다. 숙소로 돌아온 후, 귀국길에 올라 집에 도착할 때까지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뮤즈가 활동 종료를 말한 날이 15년 12월 5일, 어느덧 1년이 4개월 정도가 지나갔다. 그 이전부터도 아쿠아에 비호감을 표한 사람은 꽤 되었지만, 그날 이후 확실히 아쿠아를 욕하는 사람이 정말 많아졌다. 나는 그 분노는 십분 이해했지만 그 화살을 아쿠아에게 돌리는 것은 너무한 일이라 생각했다. 파이널 라이브가 끝난 이후에도 크게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당시 나는 아쿠아에 대한 관심은 크게 없을지언정 욕을 하려 하지는 않았다.

아쿠아에 대한 미적지근한 관심이 조금 뜨거워지기 시작한 건 아쿠아 2nd 싱글이 나오고나서였다. 선샤인 TVA 1기를 보면서 나는 불이 붙었다.「0から1へ!」라는 주제에 걸맞게 반짝임을 향해 힘차게 내딛는 Aqours의 한걸음에 나는 진심으로 감동했고 그 아홉 명을 열렬히 응원했다.

언젠가부터 나는 나 스스로를 아쿠아의 팬이라고 여길 수 있었다. 러브라이버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데 그런 내게도 가끔 선샤인에 대해 '현자타임'이 간간히 찾아오곤 했다.


그냥 식상하다 정도가 아니라, 선샤인은 물론 아예 덕질을 다 접어버리고 싶어질 만큼의 혐오감 또는 회의감 같은 감정. '이게 참 뭐 하는 짓이냐...'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자주 돌아다녔다.

어떤 감정이었는지는 지금에 와서도 잘 모르겠다. 공식을 증오하는 마음? 뮤즈를 편히 말하지 못하는 불편함? 아쿠아 역시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불안감? 어른의 사정에 대한 혐오? 티격태격 하는 팬들간의 불화? 무언가로 딱 잘라 말하기는 힘들 것 같다(어쩌면 더 격해지기 전에 자기방어 차원에서 스스로 감정을 애매모호하게 만들어버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유독 다른 컨텐츠가 아닌 선샤인에 대해서만 그런 마음이 들었던 걸 보면, 정말 불편한 무언가가 분명 있었다.



하지만 아쿠아 퍼스트 라이브 이후 보름이 지난 이 시점에서, 나는 내 마음 속 그 불편함이 거의 사라졌음을 깨달았다.


「0から1へ!」를 실감했다.

선샤인의 세계로 초대받았다.

마음이 하나가 된 순간을 함께했다.


무대에 서 있는 아홉 명의 인간미와 진정성, 그리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진하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러면서 나는 아무래도 더 좋아하게 되었나 보다. 이전보다 훨씬 더.

정말 좋은(good) 라이브였다고 나는 평한다. 물론 뒤에 버티고 있는 자본을 생각하면 이 정도의 퀄리티는 당연하다고 말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좋은 라이브였다고 말하는 이유는 어떤 퀄리티 때문이 아니라, 그 너머의 선샤인이라는 작품과 나마아쿠아 아홉 명을 이번 라이브를 통해 새롭게 보았기 때문이다. 나는 비로소 라이브에 와서야 Aqours의 진정성을 실감했다. 이전부터 팬이긴 했지만, 이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애틋함이나 신뢰감이 지금은 있다.

애정이 강해지니 자연스레 확신도 생겼다. 이건 정말 좋아할만하다는 확신이다. 아쿠아에 대한 헤이트스피치에 스스로 힘들어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옆에서 누가 무슨 말을 해도 전혀 상관 않고 선샤인을 붙들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여전히 뮤즈-아쿠아간 불편한 지점이 존재한다. 또 여전히 럽공식이 그렇게 못 미더울 수 없다. 그래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분명 가치가 있다는 확신이 마음속에 강하게 든다. 갈 수 있는 곳까지, 나도 함께 하고 싶다.


결론.


"그 누가 뭐래도, 나는 러브라이브 선샤인을 즐기고 싶다. 언제까지나 함께 하고 싶다."


그런 말을 한껏 벅찬 가슴으로 말할 수 있는 라이브였다.




Posted by 이림/에셀
,

2016년을 되돌아보며.

일상 2016. 12. 31. 07:24
2016년엔 뭘 했더라?


일단 일적인 면에서는, 3분기까진 꽤 바빴다. 특히 5월 들어가면서 주체 못할 정도로 일이 늘어나기 시작해서, 6월에는 정말 많이 피곤했다. 제대로 준비하고 수업을 시작한 적이 없었다. 결과적으로 조금씩 수업이 빠지다가, 마지막 두 달 동안 월 수입이 본래의 3/5 수준으로 줄었다. 다른 동업자분들도 위태위태한 걸 보아 사회적인 요인도 어느정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내가 엄청 잘 했는데 운이 없어서 망한 건 아니다. 아니, 직장 내 업무중에 사실 제대로 해낸 게 없다. 그야말로 무능 그 자체.

학업적으로는 어떤가. 연초에 패기롭게 모 어학원의 텝스 중급 인강을 수강했으나, 강의를 제대로 들은 적이 과연 몇 번이나 있나 싶다. 바빴던 순간들이 있긴 했지만, 솔직히 트위터나 보면서 띵가띵가 놀던 적이 훨씬 많지 않았나? 결국 기한 내에 다 보지도 못해서 녹화시켜둔 강의만 지금 대여섯 개 된다. 그나마도 녹화 못한 강의도 있으니 한심하고 또 한심하다.
그렇다고 영어가 아닌 다른 공부를 제대로 했는가? 그런 것도 아니다. 일에 관련된 공부가 아니라면, 일본어도, 신학도, 다른 아무것에도 나는 전혀 진전이 없었다. 관심 있는 학문에 관한 세미나에도 일 핑계로 거의 참석하지 않았다. 그냥 책을 몇 권 읽은 리스트가 지금도 남아있을 뿐.
결과적으로, 이전부터 계속 목표로 해오던 '서른에 대학원 가기'는 실패, 그것도 완전히 실패였다. 뭐, 사실 연초부터 무리라고는 생각했어. 일을 병행하면서 1년만에 텝스 점수를 그렇게 올리는 건 무리였겠지. 하지만, 1년 가까이 지났는데도 정말 이렇게 그 어떤 분야에도 전혀 진전 없이 제자리걸음일줄은, 정말로, 정말로 몰랐다.

신체적으로는, 연초에 그나마 운동을 좀 해서 그런지 일본 가서 좀 무리를 했는데도 별 탈 없이 다녀올 수 있었다(다녀오고 나서 좀 힘들었지만). 다만 그뿐. 일본 다녀와서는 제대로 운동도 제대로 안 했고, 10월의 잼프 라이브를 다녀와서 허리가 좀 아프다 싶더니, 11월 초부터는 걷지도 못할 정도로 아팠다. 큰 돈 들여 MRI를 찍으니 허리디스크, 그것도 아주 심각한 상태였다. 의사도 디스크 진단 후에는 치료기간을 두 달을 넘게 짚었으나, 다행히 일주일 뒤에는 일이 가능할 정도로 몸을 가눌 수 있었다. 지금은 아주 좋아졌지만, 피곤해지면 때때로 왼발이 저린다. 그럴 때 종종 두렵다. 또 누워서 끙끙대는 건 아닌지. 조금만 더 무리했다가는 영영 허리 못 피고 사는 건 아닌지.

심적으로는 항상 우울했다. 우울해서 매사를 제대로 처리 못하고 그런 내 모습을 보며 더 우울해지는 악순환의 연속이 악화와 완화를 반복하며 올해 내내 나를 쥐고 흔들었다. 일에서도 취미에서도 다른 모든 관계에서도 항상 골머리를 앓았다. 허리디스크로 누워있던 시기에 정점을 찍던 우울증은,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12월이 되어서야 겨우 수그러들었다. 짧게 서술했지만, 개인적으로는 2016년에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건 바로 이 우울증이었다. 이거보다 힘든 건 없었다.

덕질은? 그나마 진보했다고 말할 수 있는 영역이다. 일본을 다녀왔고, 파이널 라이브를 직관했다. 그걸 준비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난생 처음 해보는 일들이 산더미 같았고 따라서 익힌 점도 많았다. 7월 초 상영을 시작한 선샤인은 그 이후로 줄곧 내 삶의 활력소였다. 스쿠페스도 계속 하고 있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거, 국내에 드디어 내한 이벤트가 열리기 시작했다. 관심있는 건 모두 갔다. 시카코와 릿삐, 잼프, 아쿠아(3인)의 내한 이벤트를 다녀왔다. 외부적인 말썽도 있었고(특히 Y놈) 무리하다가 병도 얻었지만, 분명 즐거운 일들이었다. 조금 다른 영역이지만, 와우도 정말 재밌게 했다.
다만... 언젠가부터(아마 작년 말즈음부터) 덕질에 대한 회의감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는데, 그게 평소에 괜찮다가도 갑자기 감정이 휘몰아치는 순간들을 많이 겪은 것. 특히 커뮤니티나 트위터에서 사람들이 티격태격 싸우는 모습들을 보면 네거티브한 감정이 무지막지하게 치솟았다. 사람에 대한 마음뿐만 아니라 취미 자체가 정말 싫어지는 순간들이 나를 덮쳤다. 때때로 죄책감-"이런 것들을 즐겨도 되는 거야?"-도 함께. 분명히 난 재밌게 즐기고 있는데도, 여기에서 참 많은 행복을 얻고 있는데도, 그런 느낌이 자꾸 찾아왔다.


며칠 전이었다.
2016년이 내게 어떤 해였나를 생각하다,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실패했구나."



그래, 실패뿐이었다.
나는 2016년을, 내 스물아홉 살의 나날들을, 그렇게 평가했다.


지식적으로도, 직업적으로도, 금전적으로도, 심지어 정신적으로도 나아진 게 하나도 없다. 오히려 몸의 경우, 일주일간 반송장이 되어야 했을 정도로 나빠졌다. 연초에 목표로 했던 것들 중 제대로 바람을 이룬 걸 도대체 찾을 수가 없다! 그나마 발전한 영역이 있다면 취미 영역뿐이지만, 그건 지금의 내게는 별로 도움이 안 된다. 미래가 없는데 취미가 무슨 소용이야? 게다가 새벽까지 와우 하느라 스케줄 컨디션 다 틀어지던 것, 가챠욕구를 못 참고 무리하게 스쿠페스 가챠 돌린 것(진짜 애냐?) 등등, 오히려 악영향 끼친 게 더 많았을 걸?



"그럼 후회하니?"
"아니."



자문과 자답 사이는, 꽤 짧은 시간이었다.

후회하지는 않는다. 정말 누가 보기에도 한심스러운 한 해였지만, 그래도 살아내긴 했잖아. 수동적으로 산 적은 있어도 삶을 포기한 적은 없었다. 우울과 무력감에 미쳐버릴 것 같은 시간들이었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잘 버텨냈다. 다시 2016년을 살아낸다 해도 이 이상으로 잘 살아낼 자신은 없다고 하면, 너무 나약한 생각일까?
실패 투성이 한 해였지만, 또한 그걸 인내해낸 한 해이기도 하다. 힘든 하루하루를 꾸역꾸역 걸어서, 어느덧 서른이라는 나이를 마주하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나는 오히려, 내 자신을 질타하기보다 박수를 쳐줘야 하는 게 아닐까. 


잘 버텼어.
잘 살아냈어.
정말 고생했어.
정말 고마워. 내가 나라서, 참 다행이었어.



- - - - - - - - - -



자, 2017년에는 뭘 할까.

일단 외국어 공부. 2월 말 선샤인 퍼스트가 있는데 그때까지 일본어를 열심히 공부하고, 그 이후로는 일본어와 영어를 병행. 7월에 JLPT N1에 응시할 생각이다. 영어는 일단 기초 문법을 다시 독학한 다음 어학원을 가야겠다. 자격증보다는 회화를 배우고 싶은 마음이 있다.

허황된 꿈은 잠시 접고,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해야겠다. 뭘 하려 해도 일단 안정적인 수입이 확보되어야 시도하기 편해진다. 직업 특성상 안정적이긴 힘들지만, 적어도 가르칠 수 있는 과목은 언제 수업 요청이 들어와도 바로 가능할 정도로 숙련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나는 이 점을 완전히 놓치고 있었다. 그 외에도 읽을 책의 리스트를 짜뒀고, 관심 있는 영역의 세미나들을 찾아보고 있다.

이번달부터 배운 수영을 내년에도 계속 하려 한다. 이건 하기 싫어도 허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해야 하지만, 이왕 하는 거 재밌게 배웠으면 좋겠다.

그림을 배워보려 한다. 미려한 그림은 아니더라도, 2-3등신의 귀여운 캐릭터들을 그려보고 싶다. 학창시절 미술시간에 공작 빼고는 항상 C급 평가를 받았던 터라, 볼만한 그림을 그려내기까지 꽤 오래 걸릴 거다. 그래도 몇 달이고 몇 년이고 꾸준히 하다보면 어느 정도의 결과는 나오리라 기대해본다.

덕질은 체계적으로, 그러나 더 열심히 해야지. 일단 2월의 릿삐 라이브와 선샤인 퍼스트 원정이 시작이다. 아니사마나 여름 코미케를 가보고 싶은데 그건 그때 (금전적) 상황에 따라서. 스쿠페스는 이제 큰 행사 아니면 현질 없이 진행해도 큰 탈 없을 것 같다. 16년에는 완결까지 본 애니 수가 너무 적었는데, 청해 연습 겸 17년에는 조금 더 늘려야겠다.

계획을 대충 다 적어두니 할 일이 태산같아졌다. H선배는 "하나만 해도 제대로 하기 힘든데 왜 그렇게 이것저것 하려고 해. 잘못하면 죽도밥도 안된다."고 염려하기도 했다. 그 염려는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지만, 일단 뭐든 하고싶은대로 해보려고 한다. 하고싶은 걸 해야 계속할 수 있는 힘도 생긴다는 걸 알았기에 그렇다. 뭐, 의외로 적성에 맞는 걸 찾을지도 모르고, 일단 지금은 정말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어서 뭐라도 더 찾아보고 싶다(...).









당연히 계획대로 다 흘러갈 리는 없지만, 마음대로 되지는 않겠지만, 힘든 일이 가득하겠지만,
기운차리고 더욱 더 발버둥쳐보자. 이제까지보다 조금 더.

2017년이 끝날 즈음에는, 지금보다 몇 걸음 더 나아간 자리에 서 있을 수 있으면 좋겠다.



- - - - - - - - - -



올 한 해 동안 제 삶을 주관하시고 인도하신 하나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당신께서 침묵하시고 외면하신다고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그런 때일수록 더욱 강하게 붙드시고 당신의 길로 이끄셨음을 이제야 실감합니다.

이제 몇 시간 후면 2017년이 시작됩니다. 첫 날의 시작부터 끝 날의 마지막까지, 당신과 온전히 동행하는 시간 되기를 바라고 또 염원합니다. 일의 성패를 떠나, 그것이 제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복임을 고백합니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8 연말단상.  (0) 2018.12.24
2017 年末斷想.  (0) 2017.12.28
ㄹ혜와 후배 J.  (0) 2017.03.14
Posted by 이림/에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