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年末斷想.

일상 2017. 12. 28. 12:57

0) 2016년을 마무리하며 적은 글을 다시 읽어보았다. 이제 와서 보니 한 문장 한 문장이 우습고 부끄러워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다. 그냥 실패했다는 이야기에 무슨 그리 폼을 잡으려고 난리였는가, 난데없이 왜 그림을 배우겠다고 공언했는가, 무엇이 즐거워서 그리 희망을 외쳐대었는가 같은 물음이 머리를 스친다. 아마도 지금도 그다지 나아진 게 없어서 그러리라.



1) 2017년에 가장 열심히 한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면 역시 Aqours를 따라다닌 시간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물론 따라다녔다고 했지만 이벤트를 자주 간 건 아니다. 그래도 국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고, 굿즈 구매에 대해서도 이전보다 훨씬 더 지출한도를 높였으며 또 그 이상의 관심을 쏟아부었다. 당장 내 책상 옆에서 굴러다니는 선샤인 BD 케이스와 모니터 위에 걸린 아쿠아 아크릴 키홀더들이 서이림의 2017년이 어땠는지를 말해주지 않는가. 물론 그렇다고 후회하는 것은 아니며, 아니 오히려 아쿠아 덕분에 2017년을 살아낼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2월의 1st 라이브(+누마즈 여행), 8-9월의 2nd 라이브(+당시 진행에 참여한 화환 프로젝트), 애니 2기, 내한 팬미팅, 기타 니코나마나 인터뷰 등등에서 얻었던 감동과 기쁨과 즐거움은 하루종일 이야기해도 다 풀어내지 못하리라. 참으로 뜨거운 2017년이었다.



2) 일본어 공부를 이전보다 더욱 열심히 했다. 공부를 했다기 보다는 잡지와 웹에서 일문을 보며 사전을 뒤져가며 해석했던 것, 아쿠아 클럽에서 일어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골머리를 앓은 것 정도지만. 그래도 익숙한 어휘가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고 독해나 작문이 약간 수월해진 걸 느낀다. 물론 보는 애니와 잡지가 다 '그쪽'이라서 이러다가 여고생 말투 쓰는 오지상이 되는 게 아닐지 걱정이 앞서긴 한다. 준비하는 일이 좀 마무리 되면 비지니스 일본어라도 수강해야 할까...



3) 1년간 수영을 계속 다녔다. 감기나 기타 컨디션으로 1-2주 쉴 때도 있었고 애초에 주2회 강습이라 그렇게 성실했다고 보긴 힘들지만 어쨌든 그만두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자찬할 만하다. 뜰판 없이 자유형이 가능하게 된 건 강습 4개월 즈음부터. 그 전까지는 고개를 돌려도 계속 물 속이라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어찌저찌 계속 버텨서 상급반까지 올라오긴 했지만 체력이나 수영 속도는 뒤에서 두세 번째를 찍는다. 젊은 사람이 왜 그러냐는 핀잔을 들으면 허허허 웃을 뿐이다. 그래도 상대적 기준이 아닌 절대적으로 보자면 체력과 지구력이 꽤 붙은 게 느껴진다. 오래 운전하면 고관절이 쑤시던 증상이 사라졌다. 1년 전 나를 죽일 것 같았던 요통도 최근에는 거의 찾아오지 않는다. 다만 안 좋던 유연성은 오히려 더 나빠지는 상황이라 이를 보완할 방도가 시급하다. 요가라도 해야 하나 고민중이다. 어쨌든 좋아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으니 지금 하는 이것을 포기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자유수영도 좀 더 열심히 다니고...



4) 일은 입에 풀칠할 정도는 하고 있다. 일하는 지역이 본가 근처라고는 해도, 서른이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부모 곁을 떠나지 못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이것은 마땅히 가져야 할 부끄러움이다). 9월 전후로 수업이 대거 끊기는 바람에 잠깐 어려움이 있었으나 지금은 조금 회복되었다. 다만 예나 지금이나 내 또래와 비슷한 수준으로 벌려면 많이 멀었다. 나름 아껴쓴다고 하지만 내가 봐도 수입에 비해 취미에 쓰는 돈의 비율이 굉장히 높다. 저축은 꿈도 못 꾼다. 가난에 대해 많이 묵상한다. 안정적인 수입원을 가진 사람이 부럽고, 나도 그렇게 되길 바라지만, 그래도 돈을 행복의 기준에 포함시키지는 말자고 다짐하고 또 결심한다. 공자가 그랬고, 예수가 그랬고, 내가 읽어온 책의 저자들이 하나같이 다 그렇게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5) 8월 즈음에 한 선배님께 일 관련으로 꽤나 크리티컬한 말을 듣고 나서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지만, 어쨋든 그 덕분에 갈팡질팡하던 마음을 가다듬고 회심의 일격(?)을 하나 준비하게 되었으니, 어떤 의미로 다행이라 할 수 있겠다.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간바루비!



6) 길고 복잡한 생각을 하기 힘들다. 무슨 병이라도 있는 건지 그냥 심란해서 그런 건지. 아무튼 내년에는 좀 더 나아지길 바란다. 맨 위에서 작년의 글이 한껏 희망에 부풀었었다는 게 부끄럽다 적었지만, 이 짧은 생각들을 끝마치는 이 시점에서도 가능한 한 희망에 젖고 싶다. 돌아보면 지지부진해도 어쨌든 나아진 게 있긴 하니까. 펄쩍펄쩍 뛰어가지는 못해도 한 걸음씩 천천히 나아가는 건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분명 괜찮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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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림/에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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