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간 넘게 푹 자고 일어나보니 다리가 엄청 땡겼다. 그래도 파스를 붙이고 잔 덕분인지 못 걸을 정도는 아니어서 다행.

숙소에서 아침을 먹고,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나가노철도 시야쿠쇼마에역에 갔다.

여기까지야 평범했는데, 안으로 들어가보니

 

어째 꽤....

 

으스스하고...

 

을씨년스럽다...

갑자기 어디서 좀비라도 나오는 거 아닐까 (?)

 

바로 다음 역인 곤도역에서 내려서 밖으로 나오면

 

노조호노 산보 성지인 나가노 그랜드 시네마즈가 나온다.

 

영화관 자체야 그냥 평범한 곳이었지만, 영화관 옆의 게임센터 유리창에 뮤즈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기분 좋군.

 

북서쪽으로 10분 정도 걸으니 나온 야와타야이소로 본점.

이제 막 오전 10시를 넘겼는데 가게는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가게 밖에 냅둔 시치미 모양 의자가 재밌었음 ㅋ

 

기념 겸 시치미를 하나 사고, 가게 내에서 팔던 젤라또 아이스크림을 한 입.

시소(차조기)맛과 유자맛이었다. 둘 다 아주 괜찮았다.

다 먹고 난 후 북쪽으로 쭉 올라갔다.

젠코지 도착!

...인 줄 알았는데, 절은 저 멀리 있고, 그 앞에는 북적이는 상가가 줄지어 있었다.

여기도 노조호노 산보 성지.

이것저것 구경하며 계속 위로 올라갔다.

 

으리으리한 대문을 넘어, 젠코지에 입장.

 

본당. 그 마당 앞에 거대한 향로에서 사람들이 연기를 쐬고 있었다.

본당에서 동쪽으로 나오니 보이던 종각.

몇 분 뒤 11시가 되어, 사진 속 계단 앞의 와이셔츠를 입은 남성 분이 종을 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곳저곳 둘러봤는데, 정말 크고 웅장한 절이었다.

옛날에는 여기가 이 도시의 중심이었겠지.

 

30분 정도 구경하고 다시 앞 상가로 나와서, 노조호노 추천 미소 소프트크림을 구입.

정확히는 방영 당시에는 추워서 못 먹었는데 에미츤이 나중에 꼭 먹으라고 추천했었지(...)

미소맛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절한 짠맛이 있었다. 단짠의 조합은 대부분 옳다.

날이 얼마나 더운지 사자마자 사진 찍는 십수 초 사이에 아이스크림이 녹아내리고 있다.

 

이어서 나가노역 방면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여기서 버스 타면 5분이면 도착할 거리를 노선 잘 모른다고 그냥 쌩으로 걷는 무식한 짓을 실행.

아아 뜨겁다...

 

 

가는 길에 있던 세븐일레븐에서 후리분 2nd 이벤트 티켓비를 결제하고, Shopping Plaza Again에 도착.

여기 5층에 위치한 라신반에 호노카와 루비가 장식되어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한 번 보러 왔다.

실은 애니메이트인줄 알았는데 라신반이라서 잠깐 당황했었네 (?)

애니메이트와 멜론북스도 있어서 한 바퀴 구경하고 나왔다.

 

2층이었나 3층이었나, 에스컬레이터 바로 앞 옷가게에 한글 패널이 보여서 내심 반가웠던 기억.

 

 

숙소로 돌아와서, 어제 슌사이카에서 사 왔던 오야키로 간단한 점심.

더위에 입맛이 별로 없었고 양도 생각보다 많아서, 츠부앙과 토리고호우 맛은 다시 냉장고에.

 

샤워를 마치고 다시 나와서, 근처의 라이브하우스J와 헤이안도를 성지순례.

그리고 심호흡을 하며 건물을 나왔다. 이제부터가 진짜였다.

 

 

이 거리를 땡볕 속에서 걸어가야 했다.

 

 

현재기온 37℃.

습도도 숨막힐 것 같이 높았다.

 

 

나가노역 동쪽 출구로 나와서, 계속 아래로 걷기 시작.

 

 

역으로부터 15분 정도 걸어서, 호쿠토문화홀에 도착.

햇볕에 구워질 것 같았지만 그래도 여기까지는 꽤 할만했다.

 

그 다음부터는 지옥의 연속.

다리를 건너려는데 그늘이 하나도 없어 이런 ㅆ^&ㅕ$%#%$@#ㄸ%# (...)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여행 전부터 쭉 버스나 다른 대중교통을 알아봤지만 내 검색력의 한계인지 뭐가 나오질 않았다.

택시는 너무 비싸서 엄두도 못 냈다. 렌트도 그래서 안 했다.

하지만 가고 싶었다.

그럼 어떻게 해? 걸어야지 (...)

 

그래도 어찌저찌.. 도착...

 

나가노현의 복숭아를 맛보고 싶어서 복숭아 케이크를 하나 주문.

커피를 마실까 했으나 저녁에 또 카페를 가야 하기 때문에 오렌지주스를 시켰다.

케이크 맛은 아주 훌륭했다.

카운터 앞에는 에미츤의 사인도 있었다.

 

주문을 하면서, 점원님께 이 근처에 다른 철도역으로 가는 대중교통이 있는가 물어봤다.

"실은 나가노에서 여기까지 걸어서 왔는데요..."라고 말을 꺼내는데, 점원님의 눈빛에 '뭐지 이 미X 놈은....' 같은 메시지가 절반쯤 섞여 있는 느낌이(...) 외국인이라서 길을 잘 몰랐다고 해명.

다행히 근처의 버스정류장을 하나 알려주셨다. 만약 다시 나가노역까지 걸어가야 했다면 어떻게든 택시를 불렀을 것 같다. 그 정도로 잔인한 날씨였다.

 

더위먹은 몸을 충분히 식히고, 버스 도착 시간에 맞춰 정류장으로 나왔다.

하지만 버스는 10분을 넘게 연착했다. 으윽.

 

 

나가노역에 다시 도착 후, 바로 시나노철도를 타고 우에다역에 도착하니 5시가 약간 넘어있었다.

 

 

미스즈아메혼보 우에다본점 도착.

100년은 족히 넘었을 듯한 고풍스러운 건물. 창립 당시 건물을 그대로 쓰고 있는 걸까.

 

 

 

들어가보니 19세기 유럽에 온 듯한 고풍스러운 나무벽과 각종 가구들이 반겨주고 있었다.

무슨 엔틱한 가구들 파는 곳으로 착각할 뻔(...)

 

 

이곳은 각종 잼과 과일젤리를 파는 곳이었다.

온갖 종류가 다 있었고 대부분은 시식도 가능했다.

특이한 잼이 많아서 이것저것 먹어봤는데... Oh, 정말 바리바리 싸 가고 싶을 정도로 훌륭한 맛.

비행기에 액체류 반입이 불가하니 어쩔 수 없이 오미야게용으로 젤리만 몇 봉지 사 갔다 ㅠ

 

 

나카카루이자와역 도착.

시나노철도 역 대부분이 다 낡아빠져있었는데, 여기만 완전 으리으리한 쌔삥.

 

 

 

 

아까 미스즈에서 5분 안에 나온다는 걸 10분 넘게 구경한 바람에 열차를 한 번 놓쳤다.
드문드문 있는 시골열차라 타이밍을 한 번 놓치니 속절없이 늦어졌고, 나카카루이자와역에 도착한 것은 6시 30분 경이었다. 

카루이자와고원교회 여름 행사가 7시부터 시작이었으므로 바삐 움직여야 했다.

해가 졌는데도 더위는 여전했지만, 뛰듯이 걷기 시작했다.

 

 

마루야마 커피에 도착해서 아메리카노를 하나 주문하니 6시 50분.

커피 맛은 꽤 괜찮았는데 정확히 어떤 맛이었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난다...

이쯤부터 엄청 어두워져서 카메라가 말을 안 듣기 시작.

 

 

교회로 올라가 보니 수많은 등불들이 어두운 땅을 밝히고 있었고, 저 멀리 메인 스테이지에서 음악이 연주되고 있었다.

카루이자와고원교회 여름 행사의 시작이었다.

 

노답 폰카... 조금은 이해해달라 (?)

 

교회 주변은 발 디딜 틈도 없이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러고 보니 철도역부터 교회로 향하는 1차선 도로에 차들이 엄청 밀려 있었지. 차보다 내가 걷는 속도가 빠를 정도로.

그냥 소중규모의 동네교회 행사인 줄 알았더니... 수천 명이 넘는 인파가 몰리고 있었다.

 

 

적절히 구경한 뒤 고원교회 아래쪽에 위치한 돌의 교회로 발걸음을 옮겼다.

돌과 콘크리트로 지어진 예술적인 조형의 교회였고, 그곳에는 우치무라 간조 기념당이 있었다.

가져온 그의 책 「구안록」을 들고 초상화 옆에서 사진을 찍었다.

(교회 본당 사진촬영은 금지였지만 기념당 촬영은 가능했다)

 

"나는 평안을 얻는 길을 알았다."  (우치무라 간조, 「구안록」, p.197)

 

기념당 구석 의자에 앉아 책의 마지막 장을 읽었다.

나는 평안을 얻는 길을 알았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그 길을 따라 걷고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기념당을 쭉 구경하고 빠져나왔는데, 그만 아이패드를 두고 나오는 멍청한 짓을 하는 바람에 수십분 뒤 교회와 주변 호텔을 뛰어다녀야 했다(...) 다행히 어렵지 않게 찾았기에 망정이지.

 

그 뒤로 목사님의 설교와 성가대의 합창을 듣거나 하며 평온한 시간을 보내다가, 9시쯤 자리를 떠났다.

 

신기하게도, 열차 문이 닫는 건 자동으로 닫히지만 여는 건 직접 열어야 했다.

문 열때 필요한 전기를 아끼기 위해서라나 뭐라나.

아무튼 신기해서 동영상으로 찍음.

 

 

이래저래 저녁 먹을 시간이 없었기에 호텔 방에서 남은 오야키와 포도주스를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

 

 

이날도 어지간히 걸었다.

Posted by 이림/에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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